마키아벨리 바르게 보기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18

안데스의꿈 2016. 2. 4. 10:11

< "다수"가 만드는 평판... 잔인했던 심복을 공개처형>


<군주> 7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체사레로부터 11가지나 모방하라고 주문한다. "적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 그 자신을 위해 친구들을 확보하는 것, 힘으로든 기만으로든 정복하는 것, 인민들이 자기를 사랑하거나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것, 병사들이 자기를 따르고 존경하도록 만드는 것, 당신을 공격할 수 있거나 공격할 만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 새로운 방식들을 통해 옛 질서들을 새롭게 하는 것, 가혹하면서도 상냥하고 위압적이면서도 관대해 지는 것, 불손한 군대를 제거하는 것, 새로운 군대를 창설하는 것, 왕들과 군주들과의 동맹을 유지해 그들이 당신에게 호의를 배풀거나 아니면 당신을 공격하기를 주저하도록 유지하는 것"에서 체사레의 행동보다 "더 새로운 사례"(piu freschi esempli)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군주> 3장의 정복군주를 연상시키는 목록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용병대장의 천박함이 묻어나는 생존방식이다.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 군주와 신민들의 관계다. 마키아벨리는 매우 상반된 행동을 동시에 연출하도록 조언한다.

"사랑받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잔인함에 치를 떨게 하면서도 관대한 평판을 유지하라"고 주문한다. 아마도 당시 이탈리아 참주들은 "두려움"과 "잔인함"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은 이해 했겠지만, "군대"와 "외세"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인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인민의 지지를 통해서라기보다 정복군주처럼 무력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잔인함"이라는 단어가 불쾌하지는 않았겠지만, 당시 참주들은 기만을 통해서든 공포를 통해서든 인민이 자기들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의아했을 것이다. "자애로운 군주"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나쁜 행동양식을 가지고 "인민의 지지"를 확보하라는 이야기니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키아벨리가 <군주> 7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라미로(Ramiro de Lorqua)의 처형"은 새로운 군주가 어떻게 상반된 평판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우선 체사레가 평판을 얻는 과정이 전통적이지 않다. 마키아벨리에게 "전통적 방식"으로 "평판"(reputazione)을 얻은 대표적 사례는 프랑스의 루이 12세다. <군주> 3장에서 보듯, 루이 12세는 밀라노를 합병한 후 다수 인민보다 소수 귀족을 만족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단지 알렉산더 6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체사레에게 군대를 빌려주는 실수를 범한다. 반면 체사레는 모든 면에서 정 반대다. 그는 "소수"가 아니라 늘 "다수"의 편에 선다. 로마냐 지방의 무질서를 폭력으로 잠재우려는 의도도 "좋은정부"(buon governo)를 만들어주려는 것이었고, "제왕적 힘"(braccio regio)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도 귀족들의 파벌싸움에 희생된 시민들의비참한 삶 때문이었다. 이런 취지의 행동을 하면서도, 체사레는 자신의 야망을 도덕이나 이타심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잔인한 방식이나 기만적인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다. "평판"이 곧 "정치적 힘"이라는 등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체사레는 평판이 "도덕적 태도"를 통해 구성되지도 구성되어서도 안된다고 본 것이다. <계속> 


P.S 위 글은 2013년 6월 29일 경향신문 23면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시리즈 6회의 일부로 필자는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 윤리 연구소장>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