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형을 추억하다(9)-형의 바둑에 관한 몇몇 기억들-1

안데스의꿈 2022. 4. 9. 23:12

기억하기에 내가 국민학교 1학년때인 1964년 여름방학때 우리집에서 형들이 최초로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형들은 전주로 나가기 전에 초보수준의 기력은 있었던 것 같다(이것은 내 기억에는 없고 추측이다)

작은형은 중학교를 전주로 진학한 이후  한병수씨(증산교인)댁 막내아들(밑에 나와 동갑인 한미자라는 여동생이 한명 있었음) 한상민형(당시 3급기력)에게 바둑을 배웠고 여름방학 무렵에는 지금 기준으로 7급정도의 기력에 도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한상민 형이 집에 들렸을때 작은형이 넉점 접바둑을 두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7급은 기원이 아닌 곳에서는 상당한 수준이었고, 3급은 희귀한 존재였다)

 

여름방학때 큰형(당시 전주상고 1학년)과 작은형(당시 서중 1학년)이 금산사 집에 모여서 대화중에 바둑이야기가 나왔고, 바로 바둑을 두기로 했는데 바둑판과 돌이 없으므로 당시 흔하게 깨져서 버려져 있던 사기그릇을 잘게 부숴서 백돌을 만들고, 질그릇릍 부숴서 흑돌을 만들고, 백로지 한장을 몇겹 접은 뒤 줄을 긋고 바둑판을 만들었다.

며칠 후 장날 어머니가 바둑돌은 사오셨고 바둑판은 그보다 얼마 후 마을 의 형들 친구들이 모여들때 협력해서 집에 있는 목재로 만들었다.

당시 큰형이 작은형에게 석점을 놓고 두었는데 몇십수 진행하다가 큰형이 화를 내며 바둑판을 엎었다. 한참 있다가 다시 도전하고 다시 엎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최초로 바둑이 두어진 첫날의 상황이었다. 큰형과 작은형의 기력차이는 그 이후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여름방학동안 마을의 형들 친구들이 모여들어 바둑사랑방이 형성되었다. 작은형이 그중에 가장 강했고 이수일형은 그무렵에는 작은형보다 약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큰형은 주로 구경하는 쪽이었고 비슷한 상대하고만 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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