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작은형 옆에 있을때가 가장 즐거웠다. 나와의 대화에 친절하게 응해주는 사람은 작은형이 유일했다. 집에 바둑사랑방이 형성된 뒤에는 그 방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무렵 나는 바둑을 몰랐지만 승패의 결과는 대국자의 국후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작은형은 거의 이겼다. 형이 이기면 기뻤고 가끔 지면 우울해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작은형의 초등학교 동창인 조학재 형이 정종삼 형과 함께 왔다. 조학재 형은 그 방 단골이었고 정종삼 형은 그날 처음이었다. 작은형과 대국을 시작하는데 서로 백을 양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형은 거의 백만 잡았었기 때문이다. 대국이 진행되는데 형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안방에서 점심식사를 할때도 형은 오지 않았다. 식사 후에도 좀처럼 대국이 끝나지 않자 큰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