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자연

포항 지진 관련 단상.

안데스의꿈 2018. 1. 31. 22:56

2017년 수능 전날 오후 포항에서 지진이 있었다.

TV화면에 비치는 건물의 피해상황은 건축기술자인 내가 최초로 실감하는 현실상황으로서의 지진이었다.

사실 그 전해 경주 지진은 실제 피해가 포항보다 크지 않아 별 관심이 없었다.

포항에 20개월 정도 근무 했기에 몇몇 지인과 통화 했다.

그 결과 지진을 뉴우스로 접하는 것과 현실상황에서 직접 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테면 뉴우스로 <진도 5.4에 사망자는 없고 일부 건훅물 부분 파손....>정도의 정보를 접한 나의  경우,

<그나마 다행이고, 사람들이 좀 놀랐겠군>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지의 지인 몇몇과 통화한 결과, 지진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짧은 시간이긴 했다지만....

 

오후 여덟시 뉴우스 도중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는 결정이 보도되었다.

다음날 보수언론에서는 뭔가 못마땅한 논조들이 이어졌지만 그 저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진 못했다.

이로서 작은 일은 아니지만 무난한(그러므로서 평범하달 수도 있는) 상황전개 및 수습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포항 인구는 약 오십 이만쯤 된다.

우리나라 전체의 약 1%쯤 된다. 그곳 수험생은 약 육천여명으로 약 1.2%쯤 된다.

여기서 두가지 길이 있다.

1. 다음날 예정대로 수능을 강행한다.

2. 수능을 연기한다.

전자의 경우를 좀 거칠게 표현하면 <1%의 수험생들이 99%의 수험생들에 비해 일정 부분 불리함은 있겠으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고 1%에 불과하므로 대(99%)를 위해 소(1%)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 < 시험을 강행할 경우 1% 수험생은 계량화 할 수는 없으나 99%에 비해 분명 불리한 조건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불공정한 경쟁이므로 최대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기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는 경제성, 능률성, 효율성에 기반한 사고방식이다.

후자의 경우는 평등성, 공정성, 포용성에 기반항 사고이다.

내가 보기에 전자의 극단은 전체주의적 사고의 출발일 수 있으며.

후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상생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기본가치일 수 있다.

후자를 다시 간단하게 풀어보면 이렇다.

1%의 불리함은 그들의 책임이 전혀 아니고 또한 그들(포항 수험생)이 불리한 1%가 된 것은 우연이며 다른 곳에서 불리한 1%가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에게 닥친 상당히 큰 불리함을 99%도 같이 나눈다.

그럼 100%가 다 같이 1주일간의 불편함을 격고, 대신 <공정성>이 거의 회복된다.

이것이 < 지속 가능한 민주적 시민공동체> 로 나아가는 첫걸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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