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과 허위의식.

지식인과 허위의식 조명 3

안데스의꿈 2016. 2. 14. 16:49

2> 허위의식의 첫번쩨 특징은 그것이 아름다운 낱말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추한 것일수록 겉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사로 장식되어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남들을 계속 부리고 싶고 현재의 자기의 유리한 입장을 계속 강화하려는 음흉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야욕을 정직하게 겉으로 나타낸다면 그들의 현재의 기득권이 심각하게 도전받게 되므로 되도록이면 그 속셈을 나타내 보이려 하지 않는다.

밖으로 내보이는 것은 속의 추한 욕망과는 아주 다르게 아름답고 찬란한 언어로 꾸며져 있다. 이럴때 주로 자주 들먹여지는 낱말은 발전, 개발, 자유, 평등, 민족, 인류애, 조국, 민족주체성, 민주주의, 근대화, 정의 등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이다.

둘쩨로, 허위의식이 입고있는 낱말들은 대체로 모든 사람, 모든 시민을 위한 것처럼 꾸며져 있다.

전 인류의 평화와 전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것처럼 꾸며져 있다. 그런데 속셈은 그것이 아니다. 속셈은 일정한 집단이나 계급만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조국의 영광을 위한다고 겉으로는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기 집단의 권한을 강대시키고 강화하려 한다.

어떤 나라가 밖으로는 전체 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외치면서 실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하게 도모한다. 일제시대에 전체 아시아 평화를 위해 지나사변(支那事變)을 일으키고 대동아권에 속하는 모든 나라들의 공영을 위한다고 외치면서 약탈을 일삼았던 일본을 생각해보면 당장 허위의식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의 공산주의도 예외가 아니다. 온 인류의 평등,계급 없는 사회를 건설한다고 하면서 계급독재를 서슴치 않고 해낸다.

1930년대 나치를 보라. 온 게르만민족의 중흥을 위한다고 소리 높이 외치면서 많은 지식인들을 학대하고 추방하였다.

마찬가지로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음으로서 모든 이탈리아 국민에게 조국의 번영을 약속하면서 이견자를 무자비하게 몰아낸 파시스트를 생각해 보라.

이러한 극좌나 극우의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그야말로 허위의식이 아름다운 낱말의 옷을 입고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다.

국민을 현혹시키고 오도시키며 착취함으로서 그들의 지배권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속으로 그들 집단만의 권익에 집착할수록 겉으로는 더욱 모든 사람, 모든 국민, 모든 민족의 복지와 평화를 위한다고 소리 높이 외친다. 그들이 실제로 가유를 계급자유로, 평등을 특정집단의 평등으로 동일시 하면 할수록 전체 인민의 평등과 전체 국민의 자유를 부르짓는 것이다. 모든 국민의 자유를 짓밟을 수록, 평등을 파괴할수록, 민주주의를 경멸할수록, 사회 정의를 무시할수록 자유를 신장한다고 하고, 사회 정의를 더 높인다고 외친다.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허위의식의 세번쩨 특징은 현재가 아닌 과거가(과거와? 옮긴이 생각) 미래를 턱없이 강조한다. 현실이 괴롭고, 현실이 어둡고, 현실이 부조리할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한때 찬란했다고 믿어지는 과거로 되돌려 놓으려고 하든지 꿈 같은 미래에 두도록 강요한다.

과거의 찬란했던 시대. 자랑스럽다고 생각되는 전통문화를 확대 해석하고 과장하여 부각시킨다. 과거에 가장 웅장하고 찬란했던 문명과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앞세운다. 여기에서 신화는 다시 재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신화는 찬란한 옷을 입고 재등장한다. 그 찬란했던 과거 유산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은 현실의 어둡고 부조리한 모순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독재자들은 이 같은 신화를 재창조, 재해석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실은 이 같은 시도는 바로 그들의 기득권과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의 표시임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적 성향인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파시스트와 나치가 다같이 이러한 신화를 재해석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미래에다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세계와 사회를 그려보기도 한다. 현상태에서 지배집단이 피지배자의 불만과 비판과 잠재적 반항을 무마시켜서 자기들의 지배권을 영속화시키기 위해 오늘의 상황과는 아주 다른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미래 사회상을 제시한다. 현실의 사회가 어두울수록 미래사회는 밝게 부각된다. 독재자일수록 신기루 같은 미래사회를 마치 눈앞에 닥쳐 올 것같이 강조한다.잠잠하게 지도자를 따라오기만 하면, 그리고 그 지도자에게 무조건 복종하기만 하면, 반드시 장래에 평안하고 평화스런 사회가 온다고 외친다. 공산주의자들이 무계급사회를 그토록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멋진 신세계"가 곧 도래할 것이므로 모든 국민은 허리를 졸라매고 지배집단에 순종하라는 것이다.

지배집단은 허리띠를 마음껏 풀고 있으면서 피지배자들만 허리를 졸라매라고 강요한다. 여기에 허위의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가 가지는 위선적 성격과 착취의 성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속>


 P.S 위 글은 한완상선생의 저서 <지식인과 허위의식>(1993년판, 10쪽-12쪽)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