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과 허위의식.

지식인과 허위의식 조명 4

안데스의꿈 2016. 2. 15. 12:52

3> 어느 사회에서나 허위의식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지성인이 욕을 본다. 내가 여기서 지성인이라고 하는 것은 기는적인 지식기술인을 두고 ㅏ는 말이 아니다. 부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되 전체를 보지 못하는 이른바 "훈련된 무능력자(trained incapacity)를 말하지 않는다. 사회와 역사에 대해서 많이 알되, 그 속에 일어나는 불의와 부조리를 증언하려 하지 않는 자는 지성인이라 할 수 없다.

지성인이란 부분도 보지만 전체를 볼 수 있는 자요, 나무를 보되 숲도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의 소유자이다.

동시에 전체를 보기 때문에 부분적인 잘못이나 전체의 잘못된 것을 잘 지적해 낼 수 있다. 즉 지성인은 본질적으로는 비판적이다. 그리고 그는 이성적 존재이다. 사물의 표피만을 보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표피를 꿰뚫어 보려고 한다. 그러기에 가면을 벗기는 일에 사명감을 느낀다.

일상적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일단 의심하는 버릇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것으로 우상처럼 숭배되는 것을 상대화시켜 보려는 지적 충동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지성인은 획일주의를 배격하고 대신 다양성 속의 통합을 사랑한다. 게다가 그는 복잡한 현실과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며, 복잡한 것은 복잡한 대로 인정하고 단순화된 거짓 처방을 거부한다. 지성인은 자기 무능력과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면서 항상 자기를 비판하려는 겸손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볼때, 지성인은 본질적으로 허위의식의 가면을 벗겨서 그것의 흉칙한 정체를 폭로시키려 한다. 그는 허위의식이 입고 있는 화려한 수사의 옷과 그 속의 추한 내용간의 차이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 위선의 제거를 촉구한다. 이데올로기를 절대적인 것이라고 우기는 지배 엘리트의 주장을 지성인은 상대화시키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데올로기가 춤추는 곳에서 지식인은 외로운, 학대받는 비극적 존재가 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비극에 절망하지 않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자랑스런 새 역사를 꿈꾸며 더욱 외로운 사회 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그의 사고, 그의 외침, 그의 글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증언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P.S 위 글은 한완상 선생의 <지식인과 허위의식>(1993년판, 13-14쪽)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