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경이로운 건축물-피라미드(2)

안데스의꿈 2016. 3. 18. 14:49

1> 비경제적 정밀도.

 

앞에서 피라미드의 오차율을 말하면서 <비경제적 정밀도>라는 말을 언급했기에 그것에 관해 좀 자세히 말하고자 한다.

보통 인간의 건축물은 일정한 범위의 오차가 있다. 화려한 도시의 고층건물들도 수직으로 우뚝 솟아 위엄을 뽐내지만, 정밀하게 측정하면 완전한 수직이 아니다. 인간이 건설한 모든 건축물 중 오차가 없는 건축물은 없다.

다만 "허용오차"의 범위 내에 있을 뿐이다. 허용오차라 함은 다음 두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시각적으로 오차가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2. 건축물의 안전성과 내구성에 악영향이 없어야 한다.

이상의 두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허용오차는 대략 1%ㅡ0.1%의 범위에 있다.(피라미드의 오차율은 0.01%대의 범위에 있다.)

예를 들어 높이 10M의 건물의 외벽 골조가 3CM정도 기울었다면 인간의 시각으로 느끼기 어렵고 건축구조적 안전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모든 건축물은 이런 범위 내외의 오차가 있다.                  

피사의 사탑이 유명한 이유는 그 건물 자체가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실제로 훌륭한 건물이긴 하다)

그 건물 지반의 부동침하 현상으로 허용오차를 현저히 벗어날 만큼 기울었기 때문이다.(지반보강 등의 조치가 없다면 언젠가 붕괴될 것이다)

 

오늘날 건축물의 골조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철근콘크리트구조는 먼저 건축물의 모양에 맞게 형틀을 조립하고(보통 한 층 단위로 한다) 그 내부에 유동화된 콘크리트(레미콘)를 부어넣은 다음(이를 타설이라 함) 양생,경화된 후 조립된 형틀을 해체하여 완성한다.하지만 타설시의 압력과 충격으로 조립된 형틀은 미세하게 변형하기 때문에 보통 1%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며(형틀 조립시의 오차도 물론 있다) 다음 층에서는 그 오차를 다시 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형틀용 자재를 좀 더 정교하게 제작하고, 좀 더 우수한 작업자를 투입하고, 작업시간을 늘려서 형틀의 조립,고정상태를 더 견고하개 하면 오차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계가 있다. 그런 과정(생산요소 투입의 증가)을 아무리 반복해도 오차율을 0.1%이하로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생산요소의 산술급수적 증가"의 범위에서는 그렇다. 만약 그 이하의 오차율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현재의 공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형틀을 강재를 이용하여 조립이 아닌 단일구성체로 제작하고, 설치작업은 대형장비와 위성 GPS신호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은 할 것이다.(물론 4700년 전이 아닌 현대의 기준으로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비현실적"이다. 시각적으로 느끼지 못하고,안전이나 내구성에 지장이 없는 "허용오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요소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초래하는 것이(그 난이도 여부를 떠나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형틀의 기본 자재인 "유로폼"의 경우 기본형(0.6M*1.2M)의 1장당 제작비는 보통 3만원 정도다. 이것은 전용성을 지니므로(보통 30회 사용으로 본다)

1회 사용한 감가상각은 천원정도로 계산하면 된다. 만약 단일구성체로 강제 형틀을 제작한다면(이 경우 전용성은 1이다) 단위물량당 수백배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공사 기간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다)

다시 말하면, 일정 정도까지(보통 0.1%)의 정밀도는 생산요소의 "산술급수적 증가"로 달성 가능하지만 그 한계를 넘는 경우는 생산요소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초래하게 되고 따라서 피라미드와 같은 정밀도(0.01%대 오차율)를 "비경제적 정밀도"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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