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배호, 가슴 저미는 아픔.

안데스의꿈 2018. 9. 14. 18:58

장년층 이상의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그는 특별하다.

그는 1963년도에 대뷔했으나 몇년간의 무명가수시절을 보내다 1966년 <두매산골>이라는 노래가 어느정도 떠서 그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막 비상하려는 순간 불치(당시로서는)의 병마가 찾아들었고 이 병마는 그의 짧은 삶을 결정지었다.

1967년 4월 병중에 단 하루의 연습 후 녹음한 <돌아가는 삼각지>가 동백아가씨 이후 최대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이후로도 몇개월간 병마와 싸웠고,

후속작으로 동백아가씨를 능가하는 음반판매량을 기록했던 <안개낀 장충단공원>도 병중에 만들어졌다. 

이 두 곡의 히트 이후에는 그간 무명시절 녹음했던 대부분의 노래들도 뒤늦게 히트하며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71년 11월 7일 사망함으로서 그의 전성기는 불과 4년 반에 불과했고 대뷔년도부터 치더라도 그의 가수활동 기간은 총 8년에 불과하다.

남진이나 나훈아, 조영남 등은 지금도 생존하고 활동을 접지 않고 있다. 활동기간이 비교 불가이다.

하지만 장,노년층 남성들이 노래방에 가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의 노래는 장,노년층들의 애창 1순위이며 노래방의 노래책에 올라있는 그의 노래는 40여곡에 이르며 , 이것은 동시대에 활동했던 기라성같은 가수들과 절대량으로 비교해도 최상위 권이다.한 시대를 풍미하고 명멸해 간 수많은 유명 가수들 중 단연 군계일학이다.

이것은 그의 짧은 삶을 고려할때 대단히 특별한 일이므로 그 특별함에 대하여 분석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다.

 

1. 배호 노래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의 노래는 거의 트로트이다. 원래 대뷔 당시에는 재즈풍이었지만 그 노래들은 팔리지 않고 트로트쪽만 팔렸으므로 그것은 음반시장의 선택이었고 나아가 시대의 요구였다고 볼 수 있다.(이미자도 동일하다.)

그의 노래는 아프다. 거의 청장년 남성의 이별과 외로움에서 오는 아픔을 표현했다.

그의 고음은 임계점을 넘는 아픔을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느낌을 준다. 

그의 중음은 매우 견고하고 안정적인 느낌으로, 만고풍상에도 변함 없는 바위같은 느낌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의 경우 저음부는 가사가 선명하게 전달되지 못한다. 

따라서 대개의 트로트풍 노래에서 저음부는 좌절,절망, 아픔 체념 등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배호의 저음부는 매우 자연스럽고 선명하고 안정적이다. 따라서 강하게 응축된 힘을 품고있는 느낌을 준다. 마치 땅 속에서 강한 힘으로 뚫고 나오는 대나무같은 느낌이다. 

 

위와 같은 특징은, 그의 노래를 애창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느낌을 준다.

노래의 절정부에서 아픔을 마음껏 분출하고 나서 중음부에서 안정을 찾고, 저음부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주로 장,노년층 남성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2. 그들은 왜 배호노래에 애착을 갖는가?

 

그들은 주로 60-70년댸떄 청소년기 이상의 연령대이다.

60-70년대의 사회적 특징은 산업화이며 이로 인한 인구의 대량이동이 있었다.

그것은 그 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들이 살던 농촌은 전통사회이고 향토사회였다. 그 사회는 관례,권위,예절,체면,품앗이,향약 등으로 유지되었다.

그들이 이동한 도시사회는 어떤가?

도시사회는 법규,계약,거래에 기반한 사회이다.

다시 말하면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 진입 했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것이 너무 급격했다는 것이다.

대도시에서 낮에는 장시간 중노동에 종사하고 밤에 지치고 잠들면 꿈에서 고향을 그린다.

그런 그들에게 배호가 노래하는 아픔은 바로 그들 자신의 아픔이었다.

배호도 또한 그들 중의 한사람일 수 있으므로, 그들에게 호소력 있는 그의 가창력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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