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언어고고학?

안데스의꿈 2021. 2. 6. 14:28

오늘날 우리는 여러 언어를 접한다. 각각의 언어들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까지는 수천 수만년의 기나긴 여정이 숨겨져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언어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특정 종족의 수천,수만년의 삶의 지혜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언어는 인간집단의 역사의 타임캡슐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문화의 지층이고 화석이다. 고생물학이나 지질학에서는 지층과 화석연구가 해당 학문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열정만 있으면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언어에 잠재하는 문화적 지층과 화석은 추상적인 무형의 존재라서 깊고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내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오늘날 번역기의 사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일상적 소통은 그럭저럭 가능한 모양이다. 2017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시설점검 차원에서 종목단위의 국제대회가 열렸다.(그것은 관례다)

피겨종목의 경우 4대륙대회가 열렸다. 나로서는 올림픽대회 관람은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커서 대안으로 그 대회를 관전했다.(3박4일 휴가를 내서 강릉에 갔음)

내 옆자리에 젊은 아가씨가 자리했다. 이틀쩨 되는 날 그 아가씨가 나에게 핸드폰을 보여줬다. 자세히 보니 <나는 중국에서 왔습니다.내 친구와 자리가 떨어져 있는데 자리를 바꿔주시겠습니까?> 그런 내용이었다. 바로 승락하고 자리를 바꿔 앉았다. 번역기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접하기는 처음이었다. 하기야 논문도 번역기를 활용한다는 말을 듣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AL의 급속한 발전속도로 보면 번역기능도 급속히 고도화되어 번역기를 활용해서 논문을 쓰는 행위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기가 도래하긴 할 것이다. 거기서 더욱 발전하면 AL을 활용해서 언어가 품고있는 문화적 지층과 화석을 발굴,연구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을 가칭 <언어고고학>이라고 칭하고 싶다.

 

한완상선생의 <지식인과 허위의식>에 보연 이데올로기가 갖춰야 할 첫번쩨 조건은 아름다운 말이다.

박통시대에 징발되었던 아름다운 말을 기억나는 대로 되세기면, <재건, 민족중흥, 자주, 근면, 자조, 협동, 사명, 얼, 창의, 창조, 단결, 민주, 민족, 조국근대화, 새 역사 창조 등등> 한번에 헤아리기 어렵다.

하나 하나 흠 없는 훌륭한 말들인데 지금의 나는 이런 말을 입에 올리거나 들을때마다 상당한 저항감을 느낀다. 바로 박통의 폭압적 독재를 정당화하는 유신 이데올로기에 징발당했던 말들이기 때문이다. 저 아름다운 하나 하나의 말들이 만들어진 과정은 수천 수만년에 걸친 우리민족의 삶의 자취라 할 수 있다. 그런 언어들이 일개 독재정권에 징발되어 오염된 셈이다.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언어의 오염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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