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바르게 보기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8

안데스의꿈 2016. 1. 26. 09:31

II. 자유와 갈등의 미학

3. 다수와 소수.

정치철학자들의 이목을 끄는 정치적 사건은 크게 두가지측면을 갖는다.
하나는 어떤 사회의 균열과 새로운 균형의 형성이다. 예기치 못했던 사건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기들이 유지해왔던 정치사회적 원칙과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반성의 결과 잠재되었던 갈등의 분출이나 변화의 요구가 나타난다. 예를 들면 1789년 7월 파리 군중들의 바스티유감옥 점령은 단지 7명의 범죄자를 해방시킨 사건에 불과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잠재되었던 프랑스 사회의 정치사회적 갈등이 모두 분출되면서 결국 구체제가 붕괴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혁명은 참으로 많은 정치사상가들에게 " 새로운 변화 " 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사려가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국면이다.
일반적으로 " 사건 " 이란 예측하지 못한 일의 발생을 의미하고, 예측하지 못했기에 미리 계획된 대책이나 신속한 처리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사건은 특정한 행위가 가져올 정치적 결과에만 천착하는 우리의 일상적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어떤 정치적 원칙이 어떤 제도를 통해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계기를 제공한다. 따라서 서양 고전에서는 "사건" (accidente)을 "필연" 이나 "확실성" 과 대비되는 "우연"이나 "개연성" 또는 운명(fortuna)의 장난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즉 예기치 못한 사건은 정치인과 시민의 보다 신중하고 사려 있는 판단과 행동이 필요한 국면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키아벨리의 주목을 끈 정치적 사건중 하나는 1378년에 발생한 "치옴피 폭동" ( II Tumuitodei Ciompi)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이 사건을 <군주>에서도 <강론>에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피렌체사>(Istorite Fiorentine)에서 이 사건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것도 당시 지식인들과는 매우 상반된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혁명과 반혁명을 반복했던 피렌체 역사에서조차 매우 민감한 사건들 중 하나를 서슴없이, 그것도 "맨발에 옷도 거의 걸치지 않은 " 빈민들 중 한사람의 영웅담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메디치가문의 교황에게 바친 책에 이정도로 서술했는데, 왜 <군주>와 <강론>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계속>

P.S 위 글은 2013년 6월 8일 경향신문 23면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시리즈 3회 도입부이며 필자는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 윤리 연구소장>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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