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바르게 보기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9

안데스의꿈 2016. 1. 26. 22:56

< 정치적 사건으로서 치옴파 폭동... 빈민봉기와 반혁명.>

치옴파폭동은 피렌체의 오랜 파당적 갈등의 산물이었다. 당시 피렌체는 3년을 끌어온 교황령 국가들과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교황파(Gueifa)와 이 전쟁을 이끌어 온 교황 반대파(Ghibellina) 사이의 갈등, 다른 한편으로는 교황파의 주축을 이루는 부유층(popolo grasso)과 반 교황파를 지지하던 도시 빈민층(popolo minuto)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긴장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귀족들 사이의 권력다툼은 피렌체의 곪았던 상처들을 드러냈고, 곧 도시빈민과 하층 노동자들이 가담하는 폭동으로 발전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378년 6월, 교황파가 지지부진한 전쟁에 공을 들이고 있던 반교황파를 몰아내려 하자, 유력 가문들에 반감을 갖고 있던 상인들이 이를 저지하려고 들고 일어난 것이 발단이었다. 최초에 이 소동은 유력 가문들이 권좌로부터 축출되는 것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권력다툼을 시작으로 도시 빈민과 하층노동자들의 요구가 터져나왔다.
7월 중순, 양모가격 불안이 가져온 임금하락과 전쟁으로 인한 세금 폭증에 불만을 품고 있던 도시 빈민과 조합에 소속되지 못한 하층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바로 이 폭동을 주도한 집단이 " 치옴피 ", 자기들의 조합이 없어 정치공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었던 "양의 털을 깎는 사람들" 이었다.
이 폭동의 결과로 민중정부가 들어섰는데, 이 정부를 주도한 사람이 마키아벨리가 " 맨발의 반 (半) 벌거숭이 " 라고 묘사했던 미켈레 디 란도(Mi-chele di Lando)였다.
그는 한편으로는 교황파를 완전히 몰아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빈민과 하층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새로운 조합을 결성해 그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주도한 개혁은 곧이어 발생한 상인과 기존 조합의 반혁명으로 물거품이 된다.
새로 민중정부가 들어선 지 6주 후, 부유한 상인과 거대 조합들이 주도한 반혁명 폭도들이 새로 결성된 조합들을 공격했고, 그 결과 미켈레와 그의 개혁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른 형태의 대중적 지도자... 미켈레 디 란도의 집권.몰락>

당시 역사가들과는 달리, 마키아벨리는 미켈레의 집권과 몰락을 "신중한 한 사람"의 영웅적 행동으로 묘사한다. 미켈레는 그에게 폭도들 중 한명이 결코 아니었다.
마키아벨리의 해설을 따르면, 7월 중순에 일어난 폭동이 약탈로 변할때, 미켈레는 유력가문의 유력가문의 자제들조차 흉내를 낼 수 없는, 정치가로서 탁월한 기질을 선보인 "타고난 지도자"다. 특히 적개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빈민들이 잔인한 보복을 자행하려 할 때. 빈민들의 의사를 추종하기보다 그들의 무모한 행동을 설득으로 자제시킨 현명한 지도자로 기술된다. 한편으로는 인민들의 사사로운 복수를 공적 처벌로 대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귀족들의 오만을 제도적으로 견제함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공존을 기획한 혁명적 지도자로 본 것이다.
이런 묘사들은 상시역사가들의 일반적인 기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미켈레가 맨발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역사가들의 기술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당시역사가들은 미켈레를 "인민의 지도자"로 설명할 이유도 의도도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기술에서는 인민을 설득하는 정치가로서의 미켈레를 발견할 수 없다.
등장부터 몰락까지 미켈레는 한 명의 폭도일 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혁명적 정치가로 평가되지는 않는 것이다. 역사가들의 기술이 옳다면, <피렌체사>에 등장하는 미켈레의 리더십은 마키아벨리가 발굴한 새로운 사실이거나 순전히 그의 창작물이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보든, 마키아벨리의 미켈레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던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계속>

P.S 위 글은 2013년 6월 8일 경향신문 23면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시리즈 3회 글의 일부이며 필자는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 윤리 연구소장>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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