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논리적 단상

마키아벨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단상

안데스의꿈 2016. 2. 18. 21:49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복합적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자연현상이건, 인간들의 사고 및 행위에 의한 사회현상이건, 개인사이건 예외는 없다.

이를테면, 해빙기에 산허리를 도는 도로에서 종종 일어나는 "낙석사고"의 원인은 얼핏 선명하고 단일해 보인다.

"높은 암벽의 특정 부위에 물의 침식에 의한 틈새로 스며든 물이 겨울철 동결팽창에 의한 쐐기작용으로 해당 부위가 분리되어 중력에 의하여 하부로 낙하하는 현상"이라 정의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발 더 들어가서, 왜 그 시각 그 위치에서 그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묻는다면, 경우에 따라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현상이나 인간세상의 사회현상, 또는 평범한 개인사라 할지라도 한발 더 들어가면 몇마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인과적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매사를 그렇게 철저히 규명,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런 것들을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 우리 인간(집단)이 매사를 너무 쉽게 정형화하고, 규정하고, 나아가 자타의 행위 혹은 자타집단들의 주장에 대하여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재단해버리는 습관이 있는 바, 그렇게 해도 좋을 만큼 세상만사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만은 않기도 하다. 모든 인간이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모든 인간이 항상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것 역시 정형화이며 재단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자연현상과 인간세계의 사회현상, 개인사까지 모든 현상이나 행위의 원인이 단일하지 않고 복합적 속성을 갖는 것이 세상의 본질적 요소라는 것이다.

이 복합적 "원인"도 꼭 "원인"으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한가지 현상(혹은 행위)이 다른 현상(행위)의 "원인"이면서 또 다른 현상의 "과정" 혹은 "결과물"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유기적 상호작용>이라고 정리하고자 한다.

인간사회의 모든 사회현상은 각 개인 혹은 집단의 "유기적 상호작용"의 "과정"이면서 "원인"이고 "결과물"이다.

인간사회는 흐르는 물처럼 끊임 없이 어딘가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진행"이 꼭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인간의 역사는 바람직한 사이클이건 바람직하지 못한 사이클이건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는 일면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인간사회의 변화나 발전이 개개의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와 동행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런 현상은 당연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현대인은 마르코 폴로가 실크로드를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의 천분의 일이면 비행기로 실크로드를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인들이 모든 면에서(육체적 운동능력은 뺀다고 치고) 마르코 폴로 보다 더 뛰어난가? 그건 전혀 아닐 것이다.

마르코 폴로를 현세에 소환했다고 가정하면, 불과 이삼년이면 현생인류의 생활에 별 어려움 없이 적응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명이 발전하건 그렇지 않건 그것이 인간의 모든 것의 척도일 수는 없으므로, 역사의 반복적 일면도 서두의 "복합성"의 영역에 포함될 지도 모른다.


인간이 매사를 정형화 하고, 재단하려는 습성도 결국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생물학적 특성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개념을 넓게 보면 그것은 인간의 이런 습성과 맞닿아 있다.

인간은 완벽하게 이성적이지 않고, 완벽하게 감성적이지 않으며, 완벽하게 선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악하지도 않다.

인간사회에서 이데올로기를 제거할 수는 없다. 이데올로기에 잠식되는 속성은 인간사회의 "본질적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는 있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중세의 "신"도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였다. 아니 <절대 이데올로기> 혹은 <슈퍼 이데올로기>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도 그 "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중세인들처럼 신에게 구속받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신이라는 <절대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무슬람도 결국은 시간과 함께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 과정의 본질은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증오하지 않으며, 극단적 사고를 지양하고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사회적 에너지의 활성화가 궁극적으로 이데올로기로부터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가장 확실한 해답이라고 믿는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비지배 자유>도 분명 이런 의미와 맞닿아 있기에, 오늘날 새로운 빛으로 그 광휘를 발하고 있다.

"신"이라는 <절대이데올로기>가 엄존하던 시대였기에 표현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시공을 격하는 통찰력에 그저 감읍할 뿐이다. 


P.S 원래 좀 충동적인데다 오랫동안 전혀 다른 직업을 갖게 된 결과 글의 논리력 부족을 절감한다. 하지만 원래 블로그를 연 동기가 이런 충동적 난문이라도 떠오를때마다 좀 간수하자는 의도도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떠오르는 대로 담아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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