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논리적 단상

언어,문화 그리고 오염과 파괴.

안데스의꿈 2016. 10. 21. 11:13

언어는 역사다. 그것도 현존하는 역사다.

그것은 아득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냘픈 웜홀이다.

특정 종족의 언어는 선사시대 이래 그들의 생활,문화 그리고 영고성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언어는 타임캡슐이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에 대한 독점적 전권을 가졌다고 착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만년을 이어오며 형성된 우리 말의 전승과정 중 일정 기간의 사용자일 뿐이다. 우리의 언어는 현존하는 우리와 과거의 우리 조상과 미래의 우리 후손 공동의 자산이다.

따라서 우리 언어는 현 우리사회 특정집단의 권익 유지를 위해, 그리고 그들의 부당한 권익을 옹호하는 허위의식에 징발되어 그 소중한 의미가 오용,왜곡,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직후 <3.1운동>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유관순누나(우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은 그렇게 칭했다)의 고귀한 희생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무슨 <운동>이라고 하면 뭔가 훌륭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이후 중,고등학교시절 이른바 <새마을운동>의 광기가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후 <운동>이라는 말은 혐오스러워 졌다.

이른바 유신시절 온갓 구호와 온갓 아름다운 말들이 도처에 난무하며 우리의 의식을 통제하려 했다.

근면,자조,협동,민족중흥,사명,자주독립,인류공영,계발,약진,창조,개척,공익,질서,능률,경애,신의,상부상조,창의,협력,발전,건설,참여,전통,국민정신,융성,봉사,애국,영광,통일,조국,신념,긍지등등....

이런 아름다운 어휘들이 유신이데올로기에 징발됨으로서 그 의미가 왜곡되고 오염되고 말았다.(물론 북한도 마찬가지다)


훗날 박씨 부녀와 그 이너서클의 가장 큰 과오는 언어의 훼손에 있다고 말할 때 대다수가 공감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그것이야 말로 이 사회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의미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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