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논리적 단상

인문학은 위기인가?

안데스의꿈 2016. 9. 16. 16:04

요즘 인문학 위기를 들먹이는 이들을 종종 본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특정 조건에서는 맞고 그 조건을 벗어나면 말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틀렸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는 것이다.

먼저 인문학 위기론을 말하는 현실적 근거는 이렇다.

인문학도 서비스다. 인문학도는 인문학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자라고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문학 서비스는 시장에서 유통,소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인문학 서비스의 수요가 없고 유통,소비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인문학 공부하는 사람이 취직이 되지 않고, 따라서 대학 신입생 중 인문학 지망생이 줄고, 해당 과목이 통폐합되고, 결국 인문학 교수들의 밥줄이 위협받는다는 뜿이다.

이런 현상이 현실인 것은 맞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인문학서비스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의 위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이 <인문학 위기>인가? 

인문학은 무엇인가?

가장 포괄적으로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인간사회가 약육강식 혹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모든 것>이라고 표현한다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누구든 이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단 위 정의를 긍정한다면 인문학 위기를 들먹이는 논리 자체가 말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인문학이 없는 사회는 인간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유통,소비되는 모든 서비스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끊임 없이 변화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든 것은 도태되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만이 존재한다. 현재와 같은 인문학서비스의 생산,유통,소비시스템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머지 않아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서비스의 생산,유통,소비시스템이 새롭게 자리할 것이다.


가장 간단한 예를 한가지 들어 본다.

경제학에서 생산의 3요소를 자연(자원),노동,자본으로 규정했다.

오늘날은 여기에 <정보>의 비중과 가치가 위 3요소를 합한 것 만큼이나 중요해 졌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당연히 이런 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  정보도 위 3요소처럼 계량(計量)이 가능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학에서는 인간사회의 경제현상을 수식 혹은 수리적 모형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믿어왔고, 현대 경제학은 당연히 그 기반 위에 존립한다.

하지만 정보를 경제 현실에서 어떻게 계량할 것인가? 또 정보의 유통,확산속도,이에 따른 반응속도 등 수리적 모형이나 수식으로 설명하기에 난감한 문제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경제학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변화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학  체계가 성립 될 것이다.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의 다른 분야도 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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