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과 허위의식.

지식인과 허위의식 조명 11

안데스의꿈 2016. 2. 23. 11:50

우리가 사는 현재의 이 사회는 단절의 사회, 아니 그 정도를 넘어 "적대적 대립과  증오와 투쟁의 사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믿어집니다. 이 경우 이런 잘못된 사회현상을 바르게 되돌려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대하여도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이 잘못된 사회현상을 바르게 되돌리려면 어떤 단걔를 거쳐 뭘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지 일반론으로 간단히 서술 하겠습니다.


1. 상황을 파악한다. : 뭐가 잘못 되었는가?

2. 원인을 분석한다. : 원인 분석이 정확하지 않으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다..

3. 대책을 수립한다. : 실행 가능한 대책을 수립한다.

4. 대책을 실행한다. : 실행이 차질 없는지 주의하며 끝까지 실행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위 네가지 단계는 세상의 어느 경우라도 적용될 수 있는 일반론이라고 할 수 있을 거고, 저 네 단계의 실행이 가능하다면 어떤 문제든 해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저 네 단계만 거치면 바르고 밝은 사회, 모두가 신바람내는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물론 가능하겠죠, 위의 네 단계만 차질 없이 거친다면.

하지만 저 네 단께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현재는 첫단계, <뭐가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합의도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개방적 사고의 구조와 특성>


1. 도끼식 사고와 획일주의


얼마 전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들이 두 유엔군 장교를 도끼로 찍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1976년 8월 18일 판문점 인근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북의 도발사건입니다.옮긴이 생각)총이나 칼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도 끔찍스러운 일인데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인다는 것은 더욱 끔찍한 짓이다. 도끼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간에)를 둘로 쪼갤때 쓰여지는 도구이다.특히 나무를 두쪽으로 가를때사용되는 편리한 도구이다. 이것이 물건을 대상으로 하여 사용될때 우리는 조금도 이상한 느낌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을 향해 사용될때 우리는 그 도구의 잔인함에 전율하게 된다.

즉 인간을 겨냥한 도끼의 의미는 잔인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판문점 사건에서 북한체제의 잔혹함을 다시 느끼게 되고 그 체제에 대해 또 한번 분노하게 된다.

1966년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미국의 제#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로 추대받아,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의 정치적 발판을 구축하려는 매독스라는 사나이가 조지아주 지사로 출마했다. 그는 도끼로 일약 유명해진 사나이다. 정치에 야망을 품고 몇차례 선거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한 그가 도끼를 휘둘러 하루 아침에 세계적 인물로 각광받게 되었다. 그 비결인 즉 이러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일으킨 흑인민권운동이 요원의 불처럼 미국 전역에 번지고 있을때, 용기 있는 흑인 목사나 신부들이 흑인 차별의 아성이었던 남부 지역에서 차별주의자들의 의지를 시험해 보려 하였다.

당시 매독스는 아틀란타 시내에서 닭고기 전문의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로 악명 높던 매독스의 음식점에 하루는 흑인 성직자가 식사하러 들어왔다. 물론 매독스의 의지를 꺾어놓자는 뱃심을 가지고 음식점에 들어갔다. 말할 것도 없이 그 흑인 성직자는 쫓겨나고 말았다. 단순히 쫓겨난 것이 아니다.도끼를 들고 흑인을 찍어버리겠다고 달려드는 매독스의 협박에 쫓겨나게 된 것이다. 마침 주위에 있던 기자가 도끼를 든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기사화 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매독스의 도끼는 하루 아침에 유명하게 되었다. 흑인을 차별하는 많은 남부인들은 그 도끼를 모세의 성스러운 지팡이로 우러러 보는가 하면, 많은 양식 있는 시민들은 위험하고 잔인한 사고방식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우리는 "도끼식 사고양식"의 위험성과 잔인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높이 평가하는 상황과 구조의 경직성과 위험도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독스의 도끼와 판문점의 도끼는 둘 다 닫히고 위험스런 사고와 행동의 표시이며, 이 같은 사고와 행동을 낳게 하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구조의 상징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과연 도끼식 사고방식은 어떠한 것이며, 그것이 왜 끔찍스럽고 불안한 것인가를 한번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남한의("북한의"의 오타로 여겨집니다. 옮긴이 생각) 경직된 폐쇄체제와 경쟁하여 이겨내기 위해서도, 우리의 체제와 우리의 사고 양식이 그 어떤 폐쇄체체의 사고양식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극단적으로 경직된 "도끼식 사고양식"을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이 상황에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사유방식의 내용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권위주의적 사고와 획일주의적 사고의 구조와 기능을 파해쳐 보아야 할 것이다.<계속>

P.S 위 글( "개방적 사고의 구조와 특성" 이후)은 한완상선생의 저서 <지식인과 허위의식>(1993년 신판 50쪽-52쪽 3행)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