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바르게 보기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3

안데스의꿈 2016. 1. 21. 11:29

모사꾼부터 애국지사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

크로체 ( benedetto croce )가 " 아마도 풀리지 않을 문제 " 라고 고백한 것처럼 마키아벨리의 청치철학은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다.
그의 정치철학은 악마의 분장을 한 모사꾼으로부터 피랜체의 미래를 한탄하는 애국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상주의자였다든지 현실주의자였다든지 공화정을 꿈꾸었다든지 군주정을 옹호했다든지, 분석적이었다든지 열정적이었다든지,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든지 무신론자였다든지, 새로운 도덕을 주창했다든지 도덕을 무시했다든지, 참주가 되고자했던 선동가였다든지 시민적 자유를 열망한 정치가라든지 모든 주장들이 그만한 근거들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년 동안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에 대해 일치하는 평가가 있다.
바로 정치의 본질적 요소인 " 힘 " ( fortezza )에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 힘 "은 " 권력 " ( potenza )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을 통해 사용되어지고 획득되어지기에, 설득이 배제되거나 초인간적인 의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권력과 구분된 권위도, " 지배받지 않으려는 열망 "도, "힘" 으로 구체화되고 그 역학속에 구체화되어진다. 인간 본성에대한 철학적 고민도, 갈등에 대한 심리적 분석도, 모두 " 힘 "의 제도적 설계로 귀결된다.
그러기에 마키아벨리의 " 힘 "에 대한 통찰력이 " 변화 " 에 대한 시대적 열망을 대변해 온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탈리아의 통일을 염원했던 혁명가들도, 프랑스 혁명을 이끌었던 지도자들도, 그의 책을 통해 변혁을 꿈꿨다는 것이 전혀 의아하지 않다. 그 어느 누구도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이 담고 있는 " 변화에 대한 열망 " 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보편적 합리성과 도덕적 의무론도 실현 가능한 최상의 정체를 만들고 실현시키려는 마키아벨리의 꿈을 저버링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 힘 "의 목적이다. 힘이 행사되는 공간으로서 정치가 지향하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훌륭한 요리사가 가지고 있는 칼과 강도의 손에 쥐어있는 칼이 전혀 다른 도구인 것과 마창가지로, 힘에 대한 통찰력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정치는 곧 서로 다른 식재료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기쁨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힘에 대한 통찰력이 타인의 자유를 짓밟으면서까지 자기의 전망을 관철시키려는 목적만 갖고 있다면, 정치가 곧 자의적 지배가 행사되는 지옥으로 전락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말이다. 지금 우리는 무솔리니도 마키아벨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인재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던 " 위계질서 (Gherarchia ) " 라는 잡지에 소개한 글에서 보듯, 무솔리니는 마키아벨리로부터 "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 " 과 " 힘에 대한 찬양 " 만을 배웠다.
마키아벨리의 " 힘 " 에 대한 통찰력이 " 시민적 자유 " 를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무솔리니의 마키아벨리에 대한 연구는 자기의지의 관철을 위한 " 권력 "이 최대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무솔리니가 파시스트로 전향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계속>

P.S 위 글은 2013년 5월 25일 경향신문 23면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 시리즈 첫회분의 일부로 필자는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 윤리 연구소장>님 입니다.


      몇년 전부터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가치붕괴>에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그리고 이런 현상은 지금 이 시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사의 일상이라 할

     <흥망성쇠>의 과정에서 해당 구성원들이 반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라고 믿었고, 르네상스기의 피렌체의 상황에 흥미를 갖던 중 때마침 이 글을 마주하게 되었다.

     생업과는 별개로 사회에 대한 관찰과 사유가 취미인 나로서는 매우 큰 행운이었다고 믿는다.

     이 글은 지금도 나에게 사유의 활력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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